원엔 800원대까지 추락할수도…전문가들 “경제위기 우려”

내년에도 엔저 현상이 지속돼 원엔 환율이 80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 환햇지 방안 등 정부와 민간기업들의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여의도 FKI TOWER 컨퍼런스센터 2층 사파이어룸에서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아시아금융학회와 공동 주최한 ‘추락하는 원·엔환율,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세미나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내년 엔저현상 지속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 회장은 “1997년과 2008년 한국 외환위기는 미국 금리인상과 엔저에 따른 원·엔 환율 하락으로 경상수지가 악화되어 발생했다”며 “내년 중반부터 전망되는 미국 금리인상은 2012년 6월 이후 56%나 절상된 원화가치 상승폭을 가속화시켜 100엔당 원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회장은 이어 △핫머니 등 무분별한 자본유입에 대한 거시건전성 차원의 규제 △외환시장 교란에 대한 질서 있는 외환시장 개입 △전향적인 금리 환율 정책조합 운용 △불황형 흑자 교정을 위한 내수 진작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달러 강세로 엔 약세는 가속화되고 있는 반면 원화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순매수 지속으로 약세전환이 제약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수출증가율 급락, 기업 영업이익 악화 등을 초래하고 있다. 원·엔 환율하락 후 위기를 겪었던 1997년 2008년과 같은 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도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엔저 지속은 우리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채산성을 악화시킬 개연성이 농후하다”며 “내수 부진 속에서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타격을 입는다면 경제가 깊은 침체의 골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국 경기회복 가시화로 미·일 간 금리 격차 확대되고 ECB(유럽중앙은행)의 통화완화정책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돼 엔화의 상대적 약세 지속되고 있다”며 “내년 엔달러 평균 환율이 116엔을 기록할 경우 순수출이 감소하면서 경제성장률이 0.27%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실장은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 일본 경상수지 적자 전환 등으로 엔화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돼 중장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140엔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원화는 달러화 강세에 편승해 어느 정도 약세 흐름을 보이겠지만 경상수지 흑자기조,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정부의 내수 부양의지 등 펀더멘탈 요인이 약세폭을 제한하면서 원·엔 환율은 800원대 수준까지 하락할 여지가 높다”고 덧붙였다.


김기흥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분석실장은 “한국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일본과 55개 품목이 중복됐고 이들 품목의 수출비중이 한국 총수출의 54%를 차지해 원·엔 환율 하락은 한국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며 “엔저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 자금 유입 증가는 한국외환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삼모 동국대 교수도 “최근 원달러 환율보다 원엔 환율의 절상폭이 훨씬 커서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 또한 외환시장 불안정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미세개입 및 한국은행의 금리 추가인하 등 정부 차원의 거시 환율대책을 주문했다.